우연히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공인중개사 시험 감독자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었다. 각종 기사시험과 등 다른 시험 감독도 여러 번 해봤지만 공인중개사 시험 감독은 감회가 남다르다. 내가 직접 2년에 걸쳐 오랜 기간 공부하기도 했고, 간신히 턱걸이로 시험에 합격해 합격의 기쁨을 누린 경험들이 남아서 인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총 2회 공인중개사 시험 감독을 했는데, 수험자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젊은 부자들이 많이 생겨났고, 이와 관련된 유튜브 채널도 늘어나면서 젊은 세대들이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자연히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이라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물론 부자가 되기 위해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꼭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또한 직업적인 측면에서도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그다지 효율적알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공인중개사가 되기 위해서는 보통 1년~2년의 시간을 공부해야 하는데 자격증을 따더라도 고소득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부동산 개업을 하더라도 초기비용과 엄청난 경쟁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지식 습득을 위한 자격증 취득은 적극 권장한다. 나 또한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면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했던 공부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경매투자를 하면서 이전에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던 상식들을 좀 더 깊이 있게 소화할 수 있었다.
공인중개사는 같은 날 1차와 2차 시험을 동시에 본다. 1차만 신청해서 시험을 보고 합격하면 다음 해에 2차 시험을 볼 수 있지만, 1차를 합격하지 않고 2차만 볼 수는 없다. 1차는 부동산학 개론과 민법 2과목을 각각 50문제씩 총 100문제를 100분 동안 보고, 2차는 공시법과, 중개사법, 등기법/세법 4과목을 본다. 4과목이지만 등기법과 세법을 합쳐서 50분제가 출제되기에(등기법 24문제, 세법 16문제) 총 150문제다. 오전에 1차 시험을 보고, 점심을 먹고 난 후 오후에 2차 시험을 100문제와 50문제로 나눠서 본다. 중간에 쉬는 시간은 30분으로 기억한다.
다시 시험 감독 얘기로 돌아가면, 우선 1차 시험과 2차 시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1차 시험은 누구나 볼 수 있기에 공부를 하지 않고 분위기만 보러 온 사람, 열심히 공부한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어수선한 분위기다. 연령도 다양한 편이다. 시험을 접수하고 보러 오지 않은 사람도 많아서 이번 시험 감독을 할 때도 1차 시험에 무려 7명이 결시했다. 시험이 시작되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사람도 속속 등장한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조기퇴실이 없고, 중간에 화장실도 다녀올 수 없다. 조기퇴실이나 화장실을 가려서 시험포기 각서를 써야 하는데, 이것도 귀찮은 일이기에 대충 엎드려서 졸다가 시험이 끝나면 퇴실한다.
반면 2차 시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1차 시험을 동과한 사람은 1회에 한해 2차 시험만을 볼 있기에, 이번에 꼭 합격해야 한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1차와 2차를 같이 접수한 수험생 중에도 1차 결과를 기대해 볼 만하기에 2차 시험까지 보는 사람이 많다.(참고로 1차와 2차 시험을 동시에 접수하고 시험을 봤는데 1차 시험이 탈락 점수라면 2차는 자동 탈락이다.) 2차 시험 감독을 위해 교실에 들어가자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결시생이 0명 이었다. 각종 요약노트와 교재를 집중해서 보느라 사람은 많은데 1차 시험 준비보다 오히려 차분한 분위기였다. 시험이 시작되자 다들 경험자답게 침착하게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고 중간에 다 풀고 엎드리는 사람 없이 끝까지 꼼꼼하게 확인들을 했다. 1차 시험과 2차 시험 분위기를 살피며 시험감독을 하고 있자니 예전에 어느 강사분이 해주신 이야기가 생각났다. 시험이 끝나고 웃으면서 나오는 사람은 탈락한 사람이고, 힘들어서 낑낑거리고 나온 사람은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이라고.
시험 때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과 실수, 그리고 몇 가지 팁을 적어볼까 한다. 먼저 공인중개사 시험 답안카드(일명 OMR카드)는 수험자 정보를 마킹하는 부분이 틀리면 답안카드를 교체해 주지만, 문제의 답이 틀리면 교체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수정테이프를 가지고 가는 것이 좋은데, 수정테이프를 가져가오지 않은 학생은 감독관이 빌려준다. 문제는 시험 종료 막판에 마킹을 하다 밀려버린 경우다. 한두 개야 수정테이프로 지우고 다시 마킹한다지만, 수십 문제가 밀려버리면 난처해진다. 수정테이프로 지우고 마킹해도 답안 인식은 잘 되니 웬만하면 마킹을 하면서 문제를 푸는 것이 좋다.
공인중개사 시험 답안지에는 회차를 적는 칸이 없다. 답안카드 위쪽에 보면 “( )년도 ( )시험 ( )차”라고 되어 있어 빈칸을 적는 곳이 있는데, 앞에 빈칸에는 년도를 뒤에 빈칸은 ‘공인중개사’라고 잘 적는데 마지막 빈칸에 34, 35 이런 식으로 시험 회차를 적는 사람이 꼭 있다.(꼭!!) 마지막 빈 칸은 1차 시험인지 2차 시험인지를 적는 칸으로 1 아니면 2를 적으면 된다. 또한 교시를 답안카드에 적고 마킹하도록 되어있는데, 2차 시험이 공법과 중개법(1교시), 등기법과 세법(2교시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팁을 더 이야기하자면, 점심시간에 시험장 근처 식당은 매우 붐빈다. 빨리 식사를 마치고 공부를 하거나 잠깐 휴식을 취하기는커녕, 줄서서 기다리느라 진이 빠질 수 있다. 샌드위치 같이 간단한 점심거리를 싸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고, 시험 전날 미리 점심을 어디에서 먹을 것인지 정하고 시험장에 가면 시간과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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